화상회의나 셀카를 찍을 때 유독 신경 쓰이는 각도가 있습니다. 턱을 살짝 내리거나 아래에서 찍으면 어김없이 도드라지는 이중턱. 다이어트로 살을 빼도 유독 이 부위는 잘 안 빠진다는 분들이 많고, 그래서 최근 많이 찾으시는 것이 '지방분해주사'입니다. 수술 없이 주사만으로 턱 밑 지방을 녹인다는 개념 자체는 매력적인데, 막상 맞고 나면 "한 번 맞았는데 왜 아직 티가 안 나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사실 미술사에서 먼저 답을 찾는 게 더 빠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왜 '경계선'을 그리지 않았을까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모나리자>의 입가와 눈가 그림자를 표현할 때 썼다고 알려진 기법이 있습니다. 스푸마토(sfumato), 이탈리아어로 '연기처럼 사라지다'라는 뜻입니다. 그는 거의 투명에 가까운 유화 물감을 수십 겹, 아주 얇게 겹겹이 덧발라 그림자에서 피부, 피부에서 하이라이트로 넘어가는 지점에 어떤 경계선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눈으로 아무리 봐도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그림자다"라고 선을 그을 수 없게 만든 것입니다. 이 효과는 한 겹으로는 절대 나오지 않습니다. 충분히 얇은 겹이 충분히 여러 번 쌓여야만 비로소 완성됩니다.
지방분해주사가 하는 일도 이것과 비슷합니다
지방분해주사에 흔히 쓰이는 성분인 디옥시콜산(deoxycholic acid)은 사실 새로 개발된 화학물질이 아니라, 우리 몸이 소장에서 지방을 소화시키기 위해 원래 만들어내는 담즙산입니다. 세제처럼 지방세포(adipocyte)의 세포막을 무너뜨려 세포 안의 내용물을 주변 조직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Rzany et al., 2014). 여기서 중요한 건, 이 과정이 지방흡입처럼 그 자리에서 바로 '제거'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무너진 지방세포의 잔해는 대식세포(macrophage)라는 면역세포가 몇 주에 걸쳐 서서히 치워냅니다. 지방흡입은 의사의 손이 직접 지방을 빼내는 시술이지만, 지방분해주사는 결국 환자 자신의 면역계에 '치우는 일'을 맡기는 시술인 셈입니다. 그러니 한 번 맞고 다음 날 거울을 봐도 아무 변화가 없는 게 오히려 정상입니다.
실제 논문에서는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이 성분(ATX-101)의 근거는 미용주사치고는 꽤 탄탄한 편입니다. 같은 개발 프로그램 안에서 동시에 진행된 두 건의 3상 무작위 위약대조시험이 있습니다. Rzany 등(2014)이 British Journal of Dermatology에 발표한 시험(총 363명)에서는, 저용량·고용량 투여군에서 각각 59.2%, 65.3%의 환자가 눈가림 평가자 기준 반응군으로 분류된 반면 위약군은 23.0%에 그쳤습니다(p < .001). 환자 스스로 느낀 만족도도 각각 53.3%, 66.1% 대 28.7%로 비슷한 패턴을 보였습니다. 같은 프로그램의 자매 시험인 Ascher 등(2014)의 연구(Journal of the European Academy of Dermatology and Venereology, 총 360명)에서도 반응군 비율이 58.3%, 62.3% 대 34.5%로 거의 같은 결과가 재현되었습니다. 두 시험 모두 한 번의 방문이 아니라 한 달 간격으로 여러 번 시술한 뒤의 결과를 1차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다빈치의 유화 한 겹처럼, 한 번의 시술만으로는 거울에 비칠 만한 변화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시술할 때 '경계'를 일부러 흐리게 할까
실제 시술에서도 이 원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의사들은 시술 부위를 격자 모양으로 표시한 뒤, 중심부보다 가장자리로 갈수록 주사 간격을 넓히고 용량을 줄이도록 훈련받습니다. 치료 부위와 치료하지 않은 부위 사이에 눈에 띄는 '턱'이 생기지 않도록, 일부러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다빈치가 턱선을 한 번의 붓질로 긋지 않고 점점 옅어지게 겹쳐 그린 것과 정확히 같은 이유입니다. 이 경계 처리가 잘못되면, 오히려 '효과가 부족하다'보다 '가장자리가 울퉁불퉁하다'는 불만이 더 흔하게 나옵니다.
다만, 이 데이터에는 함께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2023년 Inocencio 등이 Clinics에 발표한 체계적 문헌고찰(무작위 대조시험 5건, 총 1,837명 종합)은 효과 자체는 대규모로도 재확인했습니다 — 지표에 따라 위약군 대비 성공률이 약 2.3배에서 8.4배까지 높았습니다. 그런데 이 리뷰가 특히 솔직하게 짚은 부분은 부작용입니다.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섬유화(fibrosis)는 약 10배, 감각저하(numbness)는 13~22배, 결절(nodule)은 약 6배, 통증은 2~3배 더 많이 보고되었습니다. Ascher 등(2014)의 시험에서는 턱 밑을 지나는 하악연신경(marginal mandibular nerve) 손상이 의심되는 일시적 비대칭 미소(웃을 때 한쪽 입꼬리가 덜 올라가는 증상) 사례도 1건 보고되었는데, 별도 치료 없이 회복되었습니다. 그리고 Inocencio 등의 리뷰는 한 가지를 더 분명히 짚었습니다 — 분석에 포함된 5건의 시험 전부가 제조사의 자금 지원을 받았고, 여러 저자가 해당 제약사와 재정적 관계를 갖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 사실이 효과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수술 대신 주사를 선택하려는 분이라면 숫자 아래에 깔린 배경까지 알고 결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빈치는 턱선을 먼저 그리고 나중에 흐릿하게 지운 게 아닙니다. 처음부터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닌 얇은 겹들을 쌓아 올려 결과를 만들었고, 그 겹이 충분히 쌓여야만 비로소 얼굴이 완성되었습니다. 지방분해주사도 생물학적으로나 시술 방식으로나 거의 같은 논리로 작동합니다. 한 번의 방문으로 이중턱이 사라지지 않고, 한 번의 주사로 또렷한 턱선이 그어지지도 않으며, 치료 부위 자체가 애초에 '여기까지'라고 손가락으로 짚을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효과가 보인다면, 그것은 극적인 한 번의 시술 때문이 아니라 여러 번의 시술이 차곡차곡 잘 쌓였다는 증거입니다.
참고문헌
Ascher, B., Hoffmann, K., Walker, P., Lippert, S., Wollina, U., & Havlickova, B. (2014). Efficacy, patient-reported outcomes and safety profile of ATX-101 (deoxycholic acid), an injectable drug for the reduction of unwanted submental fat: Results from a phase III,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study. Journal of the European Academy of Dermatology and Venereology, 28(12), 1707–1715. https://doi.org/10.1111/jdv.12377
Inocencio, G. S. G., Meneses-Santos, D., Costa, M. D. M. de A., Vieira, W. A., Almeida, V. L. de, Rodrigues, R. P. C. B., Rode, S. de M., & Paranhos, L. R. (2023). Efficacy, safety, and potential industry bias in using deoxycholic acid for submental fat reduction—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linical trials. Clinics, 78, 100220. https://doi.org/10.1016/j.clinsp.2023.100220
Rzany, B., Griffiths, T., Walker, P., Lippert, S., McDiarmid, J., & Havlickova, B. (2014). Reduction of unwanted submental fat with ATX-101 (deoxycholic acid), an adipocytolytic injectable treatment: Results from a phase III,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study. The British Journal of Dermatology, 170(2), 445–453. https://doi.org/10.1111/bjd.12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