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을 두세 겹 덧발라도 유독 그 부분만 안 가려지는 날이 있습니다. 임신 이후로, 혹은 피임약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볼 양쪽에 옅은 갈색 얼룩이 생겼는데, 레이저를 맞으면 한동안 뽀얘졌다가 몇 달 지나면 슬그머니 같은 자리에 다시 올라오는 경험. 기미(melasma) 때문에 병원을 찾는 분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분명히 시술받고 좋아졌었는데, 왜 또 생겼을까요"입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사실 피부과학보다 먼저 소설 한 편을 떠올리는 게 더 빠릅니다.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씨>와 '지워지지 않는 낙인'
1850년에 나온 너새니얼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에서, 여주인공 헤스터 프린은 간통죄에 대한 벌로 가슴에 주홍색 알파벳 'A'를 수놓아 평생 달고 다녀야 하는 형벌을 받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낙인이 한번 새겨지면 고정된 채로 그녀를 영원히 낙인찍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소설이 그려내는 7년 동안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훨씬 복잡합니다. 낙인은 어떤 순간엔 유난히 선명하게 도드라지고, 또 어떤 시기엔 옅어지는 것처럼 보이다가, 헤스터가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를 지날 때마다 다시 짙어집니다. 소설 마지막까지도 그 누구도, 심지어 헤스터 자신도 시간이나 노력만으로 그 낙인이 완전히 지워질 거라 믿지 않습니다. 낙인은 그저 그녀를 이루는 하나의 지속적인 특징이 되어버립니다.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이게 기미 환자분들이 실제로 겪는 경험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비유이기 때문입니다. 기미는 분명히 치료에 반응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환자분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다시 돌아옵니다. 그 이유는 어떤 시술이나 크림을 썼는지보다, 기미 색소가 피부의 어느 '층'에 자리 잡고 있는지와 훨씬 관련이 깊습니다.
기미는 표피 문제가 아니라, 표피와 진피 두 층의 문제입니다
기미는 보통 '표피(피부의 가장 바깥층)에 있는 색소세포(melanocyte)가 색소를 과잉 생산하는 문제'로 설명됩니다. 자외선과 가시광선, 임신·피임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 열 자극이 대표적인 유발 요인이라는 설명도 맞습니다. 다만 이 설명은 절반만 맞습니다. Esposito 등(2022)이 Dermatology and Therapy에 발표한 기미 병인 리뷰에 따르면, 기미에는 진피(표피보다 더 깊은 층)에서 일어나는 변화도 함께 존재합니다. 색소를 삼킨 대식세포(멜라노파지)가 진피에 늘어나 있고, 광노화로 인한 진피 결합조직 변성(solar elastosis)이 동반되며, 심지어 진피 혈관이 늘어나 이 색소 과정에 오히려 영양을 대주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백크림, 필링, 대부분의 레이저 세팅은 손이 닿기 쉬운 표피를 목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진피에 자리 잡은 부분은 표면적인 치료로는 거의 건드려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처음 기미를 만들었던 자외선·호르몬 같은 자극이 다시 찾아오면 언제든 재점화될 준비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표면의 얼룩은 지워도, 그 얼룩을 계속 만들어내는 더 깊은 조건은 건드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주홍글씨>의 낙인과 정확히 같은 구조입니다.
먹는 약(트라넥사민산)은 효과는 있지만, 끊으면 다시 시작됩니다
경구 트라넥사민산(tranexamic acid)은 기미 치료에서 근거가 꽤 탄탄한 전신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Del Rosario 등(2018)이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에 발표한 이중눈가림 무작위 위약대조시험(총 44명)에서는, 중등도~중증 기미 환자에게 트라넥사민산(250mg, 하루 두 번)과 위약을 각각 3개월간 투여했고, 두 군 모두 자외선차단제를 함께 사용했습니다. 3개월 시점에서 트라넥사민산 투여군의 MASI(기미 중증도 지표) 점수 개선폭이 위약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컸고, 환자가 스스로 느낀 만족도 역시 더 높았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에서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약을 끊은 이후의 경과입니다. 투약을 중단하고 나서 관찰 기간 동안 기미 중증도가 다시 서서히 올라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트라넥사민산이 기미의 근본 원인을 없애는 게 아니라, '먹고 있는 동안' 색소 생성 활동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이 자체로도 충분히 유용한 치료 옵션이지만, '완치'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이 연구에서 가장 흔한 부작용은 생리량 감소였고, 지혈 관련 약물이다 보니 혈전 병력이 있는 분들에게는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습니다.
바르는 약(트리플 콤비네이션 크림)도 '유지치료'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같은 패턴이 바르는 치료에서도 반복됩니다. 플루오시놀론아세토니드·하이드로퀴논·트레티노인을 섞은 트리플 콤비네이션 크림(원래 조합명은 클리그먼 처방)은 지금도 가장 효과적인 기미 국소치료 중 하나로, 8~12주 정도 꾸준히 바르면 상당히 깨끗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Arellano 등(2012)이 Journal of the European Academy of Dermatology and Venere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이렇게 초기 치료로 기미가 충분히 개선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후 6개월 동안 주 2회 유지치료를 계속한 그룹과 아예 치료를 중단한 그룹을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치료를 완전히 중단한 그룹은 유지치료를 이어간 그룹보다 훨씬 더 자주, 그리고 훨씬 더 빨리 재발했습니다. 다시 말해 유지치료는 '더 챙기면 좋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처음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지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는 뜻입니다.
너무 세게 '지우려' 하면, 기미보다 더 되돌리기 어려운 흔적이 남습니다
<주홍글씨> 비유가 가장 날카롭게 맞아떨어지는 지점은 레이저토닝입니다. 저출력 Q-스위치 1064nm Nd:YAG 레이저를 매주 여러 번, 약한 에너지로 반복해서 쏘아 표피와 진피 상층부의 색소를 서서히 부수는 방식으로, 강하게 한 번에 벗겨내는 시술보다 다운타임이 짧아 특히 동양인 환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Choi 등(2018)이 이 시술을 아시안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Journal of Cosmetic Dermatology 논문에서도 실제로 색소 개선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이 논문은 동시에 이 시술의 한계선이 어디인지도 분명히 짚고 있습니다. 세션 수를 과도하게 늘리거나 누적 에너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저출력 Nd:YAG 토닝은 색소 자체가 아니라 색소를 만드는 세포(멜라노사이트)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기는 부작용이 레이저토닝 관련 문헌 전반에서 자주 보고되는 '얼룩덜룩한 저색소증(백색 반점)'입니다. 색소가 파괴된 것이 아니라 색소를 만들 세포 자체가 사라진 흰 반점들이 생기는 것인데, 이 상태는 원래 있던 기미보다 되돌리기가 훨씬 느리고 어렵습니다. 더 이상 '정상 피부 위에 얹힌 과다 색소'가 아니라, '색소를 만들 능력을 잃어버린 피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호손은 소설 끝까지 헤스터의 낙인을 실제로 없애주지 않습니다. 소설 후반부에서 달라지는 건 낙인 자체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그 낙인을 대하는 방식입니다. 더 이상 그것이 사라지길 기대하지 않고, 그녀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비로소 관계가 편해집니다. 기미를 그런 식으로 '그냥 받아들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위에서 살펴본 치료들은 실제로 효과가 있고, 충분히 시도할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이 논문들이 공통적으로 말해주는 건 분명합니다. 기미는 한 번에 지워버릴 얼룩이 아니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만성 재발성 질환이라는 것, 그리고 오래 유지되는 결과는 이 사실을 인정하고 짜인 치료 계획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Arellano, I., Cestari, T., Ocampo-Candiani, J., Azulay-Abulafia, L., Bezerra Trindade Neto, P., Hexsel, D., Machado-Pinto, J., Muñoz, H., Rivitti-Machado, M. C., Sittart, J. A., Trindade de Almeida, A. R., Rego, V., Paliargues, F., & Marques-Hassun, K. (2012). Preventing melasma recurrence: Prescribing a maintenance regimen with an effective triple combination cream based on long-standing clinical severity. Journal of the European Academy of Dermatology and Venereology, 26(5), 611–618. https://doi.org/10.1111/j.1468-3083.2011.04135.x
Choi, J. E., Lee, D. W., Seo, S. H., Ahn, H. H., & Kye, Y. C. (2018). Low-fluence Q-switched Nd:YAG laser for the treatment of melasma in Asian patients. Journal of Cosmetic Dermatology, 17(6), 1053–1058. https://doi.org/10.1111/jocd.12760
Del Rosario, E., Florez-Pollack, S., Zapata, L., Jr., Hernandez, K., Tovar-Garza, A., Rodrigues, M., Hynan, L. S., & Pandya, A. G. (2018).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double-blind study of oral tranexamic acid in the treatment of moderate-to-severe melasma.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78(2), 363–369. https://doi.org/10.1016/j.jaad.2017.09.053
Esposito, A. C. C., Cassiano, D. P., da Silva, C. N., Lima, P. B., Dias, J. A. F., Hassun, K., Bagatin, E., Miot, L. D. B., & Miot, H. A. (2022). Update on melasma—Part I: Pathogenesis. Dermatology and Therapy, 12(9), 1967–1988. https://doi.org/10.1007/s13555-022-00779-x